서 문
목적
우리는 대학원에서 질적 연구 기본강의 교재로 활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시중에 나온 방법론 책 중에 질적 연구를 실행하는 일반 원칙을 제대로 다룬 교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특정 연구 설계만을 과도하게 다루기도 하고, 다른 책은 너무 복잡해서 학생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질적 연구를 진행할 때의 “실질적” 단계들을 다룬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실질적”이라는 말은 누구나 엄격하게 따라야 하는 고정된 단계가 아니라,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조한나가 논문을 쓰면서 필요했던 것처럼, 질적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의미한다. 전사한 텍스트, 또는 참여자에게서 받은 사진 같은 질적 자료를 어떻게 코딩할까? 어떻게 질적 중심질문을 만들고, 인터뷰 자료는 어떠한 단계를 밟으며 분석할까? 다른 기초 책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빠져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없으면 대학원생이나 초보 질적 연구자는 이러한 종류의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자서 힘들게 알아내야만 한다.
나아가, 존은 자신이 지난 30년간 질적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배운 기술과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효과가 있었던 기술과 과정을 하나의 접근으로써 독자와 나누려는 것이다. 다른 책에서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존이 직접 연구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리고 질적 연구에 대한 글을 쓰면서 배운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전에 썼던 연구설계, 질적 탐구, 혼합방법의 교재 내용을 일부 예시로 사용하였다. 다른 저자의 글도 인용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들의 구체적인 접근법을 공유하고 이어서 존의 아이디어를 대조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기존 “질적 방법론”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몇 개의 참신한 주제들을 찾을 수 있다. 그 예로는, 질적 연구자처럼 생각하는 방법, 질적 연구를 할 때의 감정 다루기, 코더간 일치도 검토 방법, 이미지 코딩, 결론 쓰기, 그리고 목적진술문 같이 연구의 중요한 부분들을 쓸 때 도움이 되는 대본들이 있다.
즉, 이 책의 목적은 여러분이 질적 연구를 할 때 활용 가능한 30가지의 핵심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30가지로 정리하기는 했으나, 실제 연구를 하다 보면 더 많은 혹은 더 적은 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30가지는 초보 연구자가 자신의 질적 연구를 시작할 때 필요한 핵심 내용을 잘 전달한다. 독자들에게는 모든 챕터에서 소개하는 기술이 동일하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필요에 따라, 관련된 챕터를 참고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질적 연구의 기본 특징이 이해를 추구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용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초보 연구자가 엄격하고 정교한 질적 연구를 완수하기 위해서 반드시 마스터해야 하는 몇 가지 확실한 기술이 있다고 본다. 기술이란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일종의 전문성이며, 일단 획득하고 나면 탄탄한 질적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의 각 챕터는 한 가지 기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이후 자신만의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선행될 중요한 부분이다. 작곡을 하려면 먼저 음악 이론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획기적인 건축을 설계하려면 먼저 기본적인 건축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질적 연구를 강력히 지지하지만, 시작단계의 연구자는 기본적인 기술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은 Creswell과 Poth(Sage, 2018)의 <질적 탐구와 연구설계: 다섯 가지 접근>과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이 책이 질적 연구의 기본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질적 연구 기본과정이나 초보 연구자를 위한 지침서로 적합하다. 반면, Creswell과 Poth(2018)의 책은 중급 교재로 봐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질적 연구를 넘어서 내러티브 연구, 현상학, 근거이론, 문화기술지, 사례연구 같은 구체적인 접근을 찾는 경험 있는 연구자에게 더 적합하다. 정리하면, 초보자는 이 책에서 시작하고 이후에 다섯 가지 접근을 배울 것을 제안한다.
2판에서 추가된 내용들
이번 2판에서는 Johanna Creswell Báez가 공동 저자로 합류했다. 질적 연구에 대한 그녀의 실제 경험들이 이 책에 포함되었으며, 사회학자인 조한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억압당해온 개인과 가족, 공동체, 시스템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나아가, 2판에서는 다음의 내용이 추가되었다.
∙ 업데이트된 인용문과 참고문헌 리스트(2020년 APA 스타일 매뉴얼 포함)
∙ 질적 타당도 전략에 대한 표와 인터뷰 유형에 대한 내용 추가
∙ 메모 작성, 인용문 활용, 연구자 성찰, 심사위원과의 작업, 연구 질문과 하위 질문, 구체적인 타당도 검토, 질적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내용 추가
∙ 질적 자료분석 소프트웨어 항목 관련 내용 업데이트
∙ 가독성과 명료함을 높이기 위한 부분적인 문구 편집
독자
이 책은 사회과학, 행동과학, 그리고 보건과학분야에서 질적 연구를 수행하려는 연구자를 위해 쓰였다. 특히 처음으로 질적 연구를 하는 초보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학원생이나 교수, 또는 학계 밖에서 질적 연구를 하려는 연구자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경험이 있는 연구자에게는 핵심 기술들을 검토하고, 질적 연구자로서 저자들의 작업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구성
존은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스타일이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일인칭 대명사를 쓰며, 최대한 독자를 고려한 대화적 글쓰기를 시도한다. 존이 따르고자 하는 글쓰기 멘토는 이야기하듯 글을 쓰면서도 질적 방법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모두 전달하는, 지금은 고인이 된 해리 월코트(Harry Wolcott) 박사다(Wolcott, 2009, 2010 참고). 또한, 이 책에서는 배운 것을 활용해 볼 활동을 추가하였고, 글을 읽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참고문헌을 최소화하였다. 각 챕터는 가능한 짧게 구성해서, 독자들이 한 가지 기술에 집중하도록 노력하였다. 조한나도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연구 예시를 제공하였다.
Part 1에서는 질적 연구를 이해하는 데 시작이 되는 내용들을 다룬다. 독자들은 질적 연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는 양적 연구에서 요구되는 사고와 어떻게 다른지, 질적 연구를 개념적으로, 그리고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더 흥미롭게 만들지, 질적 연구를 하면서 겪는 감정적 기복을 어떻게 다룰지, 연구 지도교수, 그리고 논문 심사위원들과 어떻게 작업할지를 배우게 된다.
Part 2에서는 질적 연구를 설계하기 전에 필요한 핵심 아이디어를 다룬다. 연구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칠 철학적 아이디어와 이론을 알아본다. 또한 윤리적 이슈를 예상하고, 자신의 연구가 기존 지식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문헌지도를 개발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논문을 잘 쓰기 위해 이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큰 구조를 살펴본다.
Part 3에서는 질적 연구의 시작부터 마무리를 다룬다. 제목을 적고, 초록을 명료하게 구성하고, 서론을 쓰고, 연구의 목적와 연구질문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이 과정에 도움이 되는 틀을 대본의 형식으로 제공한다.
Part 4에서는 자료수집에 대해 논의하는데, 우선 가능한 자료의 종류를 알아보고 관찰과 인터뷰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다. 또한 소외된 집단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 그리고 연구자와 문화나 젠더,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등 사회적 정체성이 다른 참여자와 독자를 고려한 글로벌 질적 연구를 하는 방법을 다룬다.
Part 5에서는 자료의 분석과 결과의 타당화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우선 텍스트나 이미지 자료를 코딩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보다 추상화된 테마로 이동하는 과정을 알아본다. 이 과정에서 질적 자료분석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활용방법을 논의하고, 이어서 타당도 검토와 여러 명의 코더간 일치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Part 6에서는 쌓인 질적 연구결과를 학술적인 글로 바꾸고 질적 글쓰기의 핵심 요소를 알아보는 중요한 단계로 이동한다. 또한 연구자의 성찰이란 개념이 무엇인지, 글 속에 어떻게 기술하는지, 질적 프로젝트의 결론을 위한 글쓰기는 어떠한지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질적 연구를 학술지에 게재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추가한다.
Part 7에서는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내러티브 연구, 현상학, 근거이론, 문화기술지, 사례연구처럼 보다 심화된 연구 설계를 언급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글쓰기 요소들
우리는 이 책이 독자에게 보다 실용적이고 대화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몇 가지 글쓰기 요소를 고려하였다. 각 챕터는 초점을 맞출 핵심 기술을 언급한 뒤, 왜 그 기술이 중요한지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챕터는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중요항목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짧게 기술하였다. 반면, 이 책은 질적 연구를 포괄적으로 평가하거나, 철학적 아이디어를 길게 논의하거나, “하나의 접근”만을 강조하거나, 또는 연구의 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이슈를 다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다. 대신,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서 독자들이 질적 연구를 할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감사의 글
이 책의 중간중간에 포함된 학생들의 좋은 연구 예시가 없었다면 이 책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존의 예전 박사과정 지도학생이면서 이 책의 수정과 리뷰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준 Tim Guetterman, 몇 개의 챕터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 또 다른 지도학생인 Rachel Sinley의 노력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학생 모두 존의 연구실에서 함께 작업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의 필요성을 알아보고 2판의 출간을 격려해 준 SAGE 출판사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원래의 편집인이자 발행인인 Vichi Knight는 지난 6년간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고, 그녀의 생각과 방향 제시, 지혜 덕에 처음 이 책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Leah Fargostein이 편집인의 역할을 맡아 도와주고 있으며 언제나 유용하고 지지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또한 이 책의 초판을 제작하는 데 유용한 피드백을 해 준 SAGE 출판사에 속한 아래의 리뷰어들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Ahmed Ibrahim, Johns Hopkins University
Belinda Dunnick Karge, Concordia University Irvine
Scott Liebertz, University of South Alabama
Geraldine Lyn-Piluso, Seneca College
Lisa Schelbe, Florida State University
Mergaret Schneider, Wilfrid Laurier University
Ronald Shope, University of Nebraska Medical Center
Julie Zadinsky, Augusta University
교수자용 자료
study.sagepub.com/30skills2e 에서는 교수자용 자료를 제공한다(패스워드가 필요함). 자료에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논의할 질문, 시험용 질문, 활동을 위한 제안,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역자 서문
이 책의 1판 번역본이 나온 뒤 질적 연구를 시작하는 대학원생들에게서 ‘분홍색 책 안에 유용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정작 역자인 나 자신은 번역에 집중한 나머지 책 전체를 편하게 읽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저자 한 명이 추가되어 2판이 나온 걸 알고 나서도 추가된 내용이 무엇인가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 책의 가치가 새삼 눈에 들어온 건 2판 번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기존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서부터다. 존 크레스웰이라는 학자가 초보 질적 연구자들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이 느껴졌다. 독자들에게도 저자들의 정성이 전해지길, 역자로서 내가 많이 부족하지는 않게 그 중간 역할을 맡았기를 바랄 뿐이다.
믿고 맡겨주신 박영story의 노현 대표님, 책이 나오기까지 수정과 논의가 많았지만 늘 꼼꼼하고 친절하게 처리해주신 편집팀 김다혜 선생님께 감사말씀을 드린다.
2024년 가을에
역자 한유리